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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가상은 실재만큼 견고하고, 실재(Reality)는...

디엔터
2019.10.29 12:24 9,511 0

본문

"가상은 실재만큼 견고하고, 실재는 가상만큼 유령스럽다(Flusser, W)!"


오늘날 우리는 관계를 맺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많은 정보들을 '클라우드'라는 서비스에 올리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이것은 우리 시대 가장 거대한 전환이다.

우리 일상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도 모두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클라우드 서버로 제공한다. 지메일이나 애플 뮤직을 사용할 때 우리는 이미 그들의 클라우드를 거친 서비스를 쓴다... 인간의 기억은 이미지로, 대화는 메시지로, 관계는 그래프로 변환되어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이미지와 메시지와 그래프는 실재의 기억, 대화, 관계를 지배한다. 실재는 클라우드 이데아의 모사본이 된다....


만약 어느 날 모든 클라우드가 작동을 멈춘다고 상상해보자. 실제로 변환 것은 없이, 외견상 세계는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서버가 다운되는 순간 실재는 마치 이데아의 빛을 잃은 동굴처럼 어두워질 것이다. 실재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자는 바로 가상에 존재하던 클라우드이기 때문이다. 기록은 멈추며, 대화는 끊기고, 세상은 동결된다. 개인은 자신을 대리하는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접속할 수 없게 되며, 사회는 그 자신의 운영 원리를 기록한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다.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한 기록, 대화, 개인정보는 증발되고,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복잡하게 연결된 경제와 산업의 여러 신경계(금융망과 유통망 등)는 작동을 멈출 것이다. 이렇게 가상의 마비는 실재의 마비로 전이된다.

 

실제로 2017년 3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멈춘 적이 있었다. 이때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이 다운되며 슬랙을 이용 중인 기업들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마비됐던 해프닝이 있었다.


다가올 미래에 실물과 인터넷을 연결시키는 기술 혁신들(자율주행차량, 스마트 홈, 사물인터넷)은 예외 없이 모두 클라운드 서버에서 작동할 것이다. 이때 클라우드가 마비되면 작게는 도시의 정전부터 크게는 교통의 마비 같은 실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클라우드는 단시 기술기업의 인프라 스트럭쳐가 아니라, 실재를 떠받들고 있는 가상의 아틀라스다.


주영민, [가상은 현실이다(어크로스, 2019)] pp. 22-25 에서 요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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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와의 단절까지는 아니지만 그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더 전기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현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 본 지극히 유머러스 & 그로데스크한 영화가 있다. 작년에 개봉한 일본영화 [서바이벌 패밀리]로 나름의 시사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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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바이벌 패밀리]의 한 장면 중...